필리핀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작성자
emperor778
작성일
2021-11-02 22:26
조회
391

Z

사진)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


지난 2021년 10월 8일 필리핀 독립매체 <래플러>의 CEO 마리아 레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필리핀 사상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그녀는 2021년 노벨상을 수상한 유일한 여성으로도 기록됐다.


레사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으며 여러 차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언론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성 언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각자의 나라에서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언론자유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잘 알려진 필리핀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권력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한 레사를 향한 비판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필리핀에서 언론자유가 어떻게 위험에 처할 수 있는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재하고 쓴 것뿐인데,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한가?’


그녀의 노벨상 수상은 필리핀 국민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 만들 빅뉴스다. 그러나 필리핀 대통령궁은 노벨상 발표 후 며칠이 지나도록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히달린 디아즈가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필리핀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땄을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필리핀 대중과 정치인들은 디아즈에 열광했고, 그를 향한 후원이 줄을 이었다.


정부 주도 하에 레사의 업적을 치하하고 그를 지원하는 것이 정상적이겠지만, 필리핀 상원은 그녀에게 기념메달을 수여하는 것 조차 꺼렸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짧고 간결한 축하메시지를 전했지만,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듯해 보이진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필리핀의 네번째 계급 ‘언론’ 종사자들은 레사의 수상 소식에 환호했다. 같은 직업군에 종사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레사가 권력집단의 외압을 이겨낸 언론인을 상징한다는 사실이 가장 크다. 그녀는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거센 공격을 받아왔다.


그러나 언론인들이 느꼈던 감정을 일반 대중이 공감하진 못한 듯하다. 필리핀 언론자유와 인권침해를 고발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레사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방송국 시사프로그램과 논평의 주요 소재로 다뤄졌다. 하지만 대중은 스쳐 지나가듯 소식을 접할 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물가 상승, 물난리를 겪고 있는 대중에겐 현실의 문제가 더 와 닿는다. ‘코로나19 제재가 완화되면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언제 백신 접종 받을 수 있을까?’ ‘오늘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까?’


마리아 레사의 수상 후 약 2주, 인쇄매체의 칼럼 등을 살펴보면 그의 지지층과 비판층은 마치 개신교장로교 신자와 비 신자처럼 확연히 갈라서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지층에게 마리아 레사는 권위주의에 맞서는 영웅일 수 있으나, 비판층에겐 외국의 지령을 받고 두테르테의 리더십을 뒤흔드는 글쟁이에 불과할 것이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필자는 사람들이 레사의 수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필리핀의 저명한 변호사는 노벨상 자체의 의미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중이 마리아 레사에게 어떤 모습을 바랄지는 몰라도, 그녀는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다른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상은 필리핀 언론 자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레사의 수상은 정부로부터 위협을 느꼈을 작가와 기자들의 ‘심리적 장애물’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http://kor.theasian.asia/archives/301027

노란색바탕-연락처
파란색바탕-텔레그램연락처